2005-03-12

Can of worms

"남산 갈래?" 라는 협박의 은어가 생길 정도로 박정희 정권 당시의 중앙정보부 (현 국정원) 의 악명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높았다. 1973년도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사건, 1974년도 인혁당/민청학련 사건, 1979년 김대중 납치사건 등 신문 방송에 크게 보도 되었던 사건 말고도, 우리가 모르게 저질러진 수 많은 반인권 반민주 범법행위는 당사자들에게는 아직도 치가 떨리는 아픔으로 다가 올 것이다.

소위 386 세대를 중심으로 한 현 정권의 심중에는 비록 박정희의 혁명군과 같이 총과 칼은 들지 않았고 중정 고문기술자들과 같이 몽둥이와 물 주전자는 들지 않았지만 과거의 더러워졌던 세상을 한 번 깨끗이 뒤엎고 다시 시작해 보려는 혁명의 의도가 있는 것 같다. 민족주의를 기치로 한 기존의 언론 탄압과 보수매도, 민중과 여론을 중시한다며 인터넷 매체를 통한 왜곡된 여론형성, 법정판결의 인위적 해석등과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비록 과거처럼 武의 수단은 아니지만 文의 수단을 사용해서 혁명을 시도해 보려는 것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한국 신문에서 "국정원 과거사 진상규명 7대 우선 조사 대상사건 선정사유 및 조사방향" 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이 기사에서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이 우선 이라는 단어이다. 이 말 속에는 앞으로 이사건의 조사와 동반할 수 많은 사건, 재판, 폭로, 피해자, 가해자, 눈물등을 암시하고 있다.

It is going to open up a new can of worms.

Can of worms 은 7대 의혹 사건과 같이 정말로 다루기 어려운 문제나 상황을 말한다. 사건의 정체가 무엇인지 눈으로 확인한 바 없어 모르나 뚜껑을 열지 않아도 그속에 지렁이나 구더기와 같은 더러운 Worm 이 우글 우글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일단 뚜껑을 열면 좋건 싫건, 내편이건 네편이건, 하나 하나 우글거리며 기어 나오는 Worm 을 상대해야 한다. 그런 상황이 싫으면 더러워도 그냥 열지 않고 묻어 두고 공존해야만 한다.

한국의 386 정권이 미국의 Bush 정권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바로 이것이다.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인권을 유린하는Can of worms 인 줄 알지만 잊고 같이 살게 놔 두라고, 같은 민족인 것이 더 중요하니까. 그렇지만 한국의 386 정권은 자신들의 Can of worms 인 보수언론, 친일세력, 박정희 추종 세력과는 그냥 잊고 같이 살지 못한다고 말한다. 나의 올바른 이념과 文 의 힘으로 디디는 곳마다 딴지를 거는 한국판 Axis of evil 은 꼭 한번 손을 보아야 한다고. 둘다 비슷하다고 말하면 싫어 할 사람도 많겠지만, 이념적으로 정반대의 노선을 가고 지리적으로 지구의 반대편에 살지만, 자신들의 방법으로 자신들의 민주주의를 성취하려는 욕구는 Bush 정권이나 386 정권이나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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